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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평론

유민상 ‘동물의 숲’ 논란과 개그맨의 본질

유민상 동물의 숲논란과 개그맨의 본질

 

개그맨 유민상 때 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요즘 일부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게임 동물의 숲을 자랑했다가 호된 공격을 받았다. 그런데 해명과정에서 더 큰 문제를 만드는 형세다. 뭐 그리 큰 문제도 아니니 이 정도로 넘어갈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란을 볼 때마다 개그맨의 본질에 대해 생각이 들곤 한다. 개그맨이란 무엇인가? 웃음이란 무엇인가? 뭐 이런 생각 말이다..

개그맨은 크게 3가지 부류 정도로 나눌 수 있다. 광대형, 각설이형. 내시형이 그것이다.

 

광대형의 특징은 풍자다. 원래 코미디나 개그의 진수는 풍자에 있다. 영화에서 코미디가 빠지지 않는 이유도 이 풍자에 있다.

 

풍자하면 찰리 채플린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채플린은 단순한 코미디언을 넘어 철학자나 사회학자에 더 가깝다. 그는 미국에서 활동하면서도 미국을 넘어 유럽까지 풍자한다. 그렇게 히틀러의 독재, 노동 착취 등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꼬집는 혜안은 놀랍다. 웬만한 사회 철학자보다 깊고, 날카롭게 세상을 풍자했다. 누가 감히 그를 코미디언이라 비웃는가.

오늘날 사회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채플린의 풍자

 

한국 개그맨 중에도 찰리 채플린을 좋아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런데 채플린의 동작만 따라 한다. 풍자가 빠진 겉핥기 모방이다. 핵심은 채플린의 정신과 사상에 있다. 현실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는 흉내 내기는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하다.

 

그러나 광대형은 쉽지 않다. 공격받기 쉽고, 때로 큰 시련을 겪기도 한다. 채플린이 그랬다. 이념 공격에 공산주의자로 몰려 미국에서 쫓겨나서 쓸쓸히 죽어갔으니 말이다.

 

다음은 각설이형이다. 각설이는 장타령꾼이자 거지다. 밥을 얻기 위해 각설이 타령을 힘차게 부르듯이, 이들은 밥만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웃음을 판다. 그러니까 돈만 생기면 웃음을 파는 생존형 개그맨이다. 가장 많은 유형이다.

 

세상에 대한 고민도, 지향점도 없다. 돈과 인기를 얻을 수 있다면, 별생각 없이 웃기려고 뭐든 한다. 그러다 보니 오버해서 욕을 먹기도 한다. 아주 뛰어난 감각을 가진 몇몇을 제외하곤 대체로 생명은 짧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사회에 대한 이해가 얕아 시간이 지나면 우려먹기밖에 할 게 없으니 말이다. 맨날 지겨운 레퍼토리 반복하는 그가 그다.

 

마지막으로 내시형이 있다. 내시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이지만, 내시는 권력과 매우 가까운 직책이다. 실속을 다 챙기는 형으로 권력 지향적 개그맨이 여기에 속한다. 파벌을 만들고, 소속사, 방송국 등의 실질 권력과의 관계에 예민하다. 나름 비상한 머리도 아부도 하고, 판세도 읽는다.

 

이들의 생명력이 가장 길다. 시대에 맞춰 변신도 잘한다. 그러나 이들의 개그는 감응이 없다. 꾸준히 나오는데 인기는 고만고만하다. 조금만 이들의 성향이 파악되면 머리 굴리는 것이 보인다. 그래도 이들은 자기 잔머리를 믿고 끊임없이 자기만의 생활정치를 한다. 이들은 당대를 풍미한다 해도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이들은 어떤 유형일까?

유민상은 어떤 형일까? 뭐 말할 필요나 있을까. 그리 중요한 인물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개그맨이라면, 대중을 웃기겠다면 이 시대 대중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려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국 개그맨들을 보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에도 찰리 채플린이나 주성치 같은 거물이 한 명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소재도 제약이 많았고, 사회적 시선도 좋지 않았다지만, 그래도 지금쯤이면 자신의 소신을 개그로 삼는 개그맨이 등장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시대를 이끌어가는 풍자로 세상을 호령하는 개그맨을 보고 싶다. ‘동물의 숲이나 자랑하는 그런 개그맨 말고. 요즘은 오히려 개그우먼에게 그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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