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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평론

n번방 조주빈의 이름이 공개되어 속 시원하십니까!

n번방 조주빈의 이름이 공개되어 속 시원하십니까!

 

n번방 박사가 신원이 공개되었다. 이름과 면상이 공개되니 분노가 들끓는다. 그리고 끝이다.

 

신상이 공개되면 반복되는 현상처럼 사건 본질보다는 지엽적인 문제와 감정적 분노만을 소비하기 바쁘다. 관상부터 태도까지 모든 것이 화제가 된다. 그렇게 사건의 본질은 멀어진다.

 

조주빈이 공개되니, 모두 그를 욕한다. 그를 욕해야만 정의롭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조주빈을 욕한다고 당신의 죄가 사해지거나 당신이 정의로운 것이 아니다. 그건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감정의 소모일 뿐이다.

 

또 분노하여 엄벌을 주장한다. 그러면 정의로운가! 아니다. 엄벌주의는 해결방법이 아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보이지만, 어떠한 범죄도 처벌이 강하다고 줄어들지 않는다. 더 교묘해질 뿐이며, 더 조직적으로 변할 뿐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마약과 관련되면 사형이다. 그렇다고 마약이 사라지진 않는다. 범죄는 처벌이 아니라, 인식의 변화로 막아야 한다. 그래서 힘들다. 언제나 법은 최고의 수단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엄벌주의는 가장 단순하고 편협한 생각이다.

 

언론은 신상공개를 기다렸다는 듯이, 조주빈의 사생활 파기, 조주빈 악마 만들기, 조주빈 입 따라가기 등을 펼친다. 자극적인 보도가 넘쳐난다. 아니 공개되기 전부터 그의 신상을 털어 특종을 날리는 언론도 있었다. 모두 사건 해결이나 예방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보도다.

 

학창시절 그의 모습을 파헤친다. 고등학교, 대학 등 마구잡이로 파헤친다. 지인, 확인되지도 않는 지인의 증언이 등장한다. 오로지 흥미로 그의 인생을 훑어본다. 그의 생활이 정상적이면 이중적이라고 평가하고, 이상하면 역시라고 평가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다..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되니 갑자기 손석희가 뜬다. 그의 입을 따라가는 보도다. 사건과 전혀 관계없는 손석희는 n번방 사건의 한 지분을 차지한다. 대중의 관심도 높다. 신상공개는 영악한 범죄자에게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뿐이다..

 

조주빈 악마 만들기도 한참이다. 조주빈에 대한 심리분석도 빠지지 않는다. 주어진 정보가 거의 없는데도 그가 이렇다 저렇다고 떠들어 댄다. 이런 보도가 사건 본질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조주빈은 악마가 아니며, 우리는 천사가 아니다. 인간은 언제나 경계에 놓여있는 중간적 존재다. 유혹에 약한 것이 인간이다. 어쩌면 단지 범죄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시험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인간은 누구나 물적, 성적인 범죄에 빠지기 너무 쉽다. 그래서 언제나 겸허해야 한다.

 

n번방 사건의 본질은 악마 잡기가 아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으며, 왜 피해자들이 그렇게 끌려 다녀야 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 사회가 가진 순결주의가 한몫을 한다. 조금의 흠결이라도 공개되면 지탄을 받으니 끌려 다녔던 것 아닌가.

 

결국 인식의 변화만이 해결책이다. 사회 전체가 그런 행위가 악마적 행위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개미를 죽이다 고양이를 죽이고, 그리고 살인을 하는 연결선을 봐야 한다. 개미를 죽이는 일이 잘 못된 일을 알아야 그 뒤의 행위를 멈춘다.

 

다만 n번방 사건으로 또 하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합법적인 포르노에 대한 문제다. 모든 포르노를 막는 것은 풍선 효과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성욕은 억제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부가 불법 포르노를 막듯이, 합법적인 허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막으면 막을수록 어둠의 세력만 커질 뿐이다.

 

또한 범죄자 신상공개는 체포된 후가 아니 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바로 공개수배가 적극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재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함이요, 검거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오히려 잡히면 신상은 철저히 숨겨야 한다. 그래야 도망 다니지 않는다.

 

인간사에 쉬운 일이란 없다. 특히, 인간의 본능과 관련된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러기에 언제나 솔직한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 단순한 도덕적 우월성이나 감정적 정의감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충동적 행동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 뿐이다.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출발점에서 편견 없고 심도 있는 논의를 기대해본다. 기대만 해본다. 편협한 한국사회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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