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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무당 평론

<선무당 평론> 유재석이 최고를 유지하는 비밀

<선무당 평론> 유재석이 최고를 유지하는 비밀

 

<무한도전>이 끝나고 유재석도 힘들 것이란 예상이 있었다. 유재석이 맡은 프로그램들이 부진에 빠지는 상황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던 <무한도전>마저 종방을 해버리니 내세울 프로그램 하나 없었다. 그렇게 침체하는 듯했으나 금방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역시 유재석이란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역시 유재석이란 말이 절로 나온다.

 

유재석은 최고의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몇 되는 않는 연예인이다. 아니 유일한 연예인일 것이다. 심지어 별다른 기복마저 없이 최고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그가 이토록 오랫동안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어떤 이는 그의 착한 심성이나 이미지를 꼽는다. 맞는 말이지만 그런 연예인도 기복을 겪고, 심지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다. 또 어떤 이는 성실함을 꼽는다. 그러나 유재석보다 성실한 연예인도 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럼 유재석 인기의 진정한 비밀은 무엇일까?

 

1. 올챙이 시절을 기억하는 개구리

 

유재석은 건방진 사람이었다. 경제적으로 괜찮은 집에서 태어나 별다른 고생도 하지 않았고, 또한 학창시절 나름대로 웃기는데 자신감도 있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은 개그맨 선발 때의 모습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상을 받고도 마음에 들지 않아 건방지게웃던 장면은 젊은 시절 유재석을 압축한 모습이다.

1991년 개그제에서 건방진 유재석의 모습

조금은 자기중심적이고, 조금은 과시적이고, 조금은 건방졌던 유재석은 대뷔만 하면 자신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갈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 달리 철저히 대중의 외면을 받았다. 동기 혹은 또래가 잘 나갈 때, 대중을 압도할 때, 인기몰이를 할 때, 유재석은 잊혀진 아니 본적 없는 개그맨일 뿐이었다. 특별한 개인기 하나 없는, 방송 울렁증이 있는, 외모도 뛰어나지 않은 그저 그런 무명 개그맨이었다. 내일도 여전히 할일이 없는 그런 일상의 연속이었다.

 

많은 이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는다. 그렇게 성공한 이들은 과거의 어려움을 깔끔하게 잊고, 어려운 상황에 있는 이들을 무시하거나 과시하기 바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한다고 어려움은 그들의 자랑거리 일뿐, 자신의 잘남을 증명하는 것 일뿐, 다른 올챙이와 공감하지 못한다. 아니 공감하려고 하질 않는다. 오히려 너희가 게을러서, 노력을 안해서,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훈계질이나 한다. 그런 갑질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유재석은 암흑기를 소중히 기억한다. 그래서 지금에 감사한다. 올챙이 시절 유재석을 잊지 않기에 지금의 유재석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지 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최선을 다한다. 아니 감사한다. 이거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몇 명이나 직장에 가면서 감사해할까? 그렇게 합격하고 싶던 곳도 몇 개월 되지 않아 지옥으로 생각하지 않던가!

 

유재석은 오늘도 감사해한다. 지족知足이다. 만족하니 프로그램마다 최선을 다한다. 최선을 다하고자 다작을 하지 않는다. 많은 연예인이 물들어 올 때 노 젓는다고 다작출연을 자랑으로 여기는, 능력으로 여기는, 당연함으로 여기는 시류이다.

 

시류가 자신을 소진하는 우매함에 빠져 있는데, 유재석은 철저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한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감사하고 소중하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최고의 자리를 위해, 최고의 인기를 위해, 최고의 수익을 위해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 그냥 좋다. 그냥 소중하다. 그리고 너무나 감사하다.

 

유재석이 무명 연예인에게 유난히 잘 하는 이유도 암흑기를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또한 팬에게 친절한 이유다. 관성이나 예의가 아니라 고맙기 때문이다. 팬 없던 시절의 암흑을 지금도 어제처럼 여기는데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2. 꼰대가 되지 않는 유재석

 

유재석은 노력한다. 그런데 노력하지 않는 연예인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유재석은 좀 다르다. 그는 자신의 암흑기를 기억하듯,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잘 안다.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이도 아니다. 그런데 지기知己! 스스로를 아는 자는 무섭다. 포장하거나 각색하지 않고, 자신 그대로를 보고, 받아들이고 거기서 시작한다. 못난 유재석에서 그는 출발한다.

 

중국에는 용사는 과거의 용기를 말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유재석이 그렇다. 많은 연예인이 전성기를 지나면 전성기와 자신을 동일화시킨다. 그 후로 학습이 아니라 가르치려 든다. 그리고 주변에 훈계질이나 한다. 맹자가 천하의 멍청한 일이 선생질이라고 한 이유가 이거다. 조그만 성과에 취해 안하무인이 되는 것이다. 당연히 감사할 줄 모르고, 배울 줄 모른다. 자신이 진리고, 답안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순식간에 꼰대가 된다.

 

인기에 취해, 전성기 때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고만 한다. 꼰대가 그렇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고, 계절은 간다. 그들은 세상을 원망하고, 그러면 그럴수록 내리막은 가파르다. 그래도 깨닫지 못한다. 오히려 새로운 흐름과 유행을 비판한다. 그렇게 자신을 고립시키고, 세상과 척을 지기도 한다. 그런데 유재석은 오늘도 배우고, 지금도 학습한다. 빠르지는 않지만 끊임없이 조금씩 성장한다. 자신의 전성기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에 필요한 능력을 고민한다. 그래서 유재석은 변하지 않는 듯 계속 변화한다. 진화하는 것이다.

 

유재석은 고마워하는 만큼 노력한다. 그렇게 학습한다. 또한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마치 이효리처럼 언제든 내려올 준비를 한다. 아니 자신이 높은 곳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프로그램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한다. 그러기 위해 배우고, 시대의 변화를 이해한다. 또한 그 아픔에 공감한다. 꼰대가 되려고 해도 될 수가 없다. 그는 언제나 학생이다.

 

학생시절 공부를 그리 잘하진 못했던 그지만, 머리가 아주 명석하진 못했지만, 학창시절 배우지 못한 한을 풀듯이 세상을 배우고 있다. 평생학습이다. 학습능력이 있는 사람은 무섭다. 계속 성장하기 때문이다. 영재소리를 들으면 커서 멍청해진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여, 자기만족에 빠져 어느 순간 학습을 포기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이가 많다. 좋은 대학 나와 헛소리하는 어른이 한 둘인가! 조용필의 바운스가 소중한 이유다.

 

유재석의 학습능력은 노무현을 떠오르게 한다. 성향이나 분야는 전혀 다르지만 세상의 변화를 원망하지 않고, 끊임없이 학습하는 모습은 똑같다. 꼰대가 아니라 어른이 되는 첫 번째 조건이 바로 이 학습능력이다. 훈계질이 아니라 공감능력이 두 번째 조건이다. 그리고 독점이 아니라 공유가 세 번째 조건이다. 이 세 가지를 유재석은 모두 가지고 있다. 그게 다른 점이다.

 

3. 유재석이 세상에 말한다.

 

방송에 몸담은 연예인이라면 유재석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자신이 고마워하는지, 학습능력이 있는지 말이다. 프로그램 하나가, 꽁트 한 코너가, 노래 한곡이 소중한지 생각해보라. 혹시 인기에만, 수입에만 함몰된 것 아닌지 말이다. 인기에만 연연하니 공황장애가 오고, 수입에만 눈이 머니 겹치기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물론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만 알 수 있다.

 

인기에 취해 겹치기를 한다. 그런데 겹치기는 사람의 능력을 소진시킨다. 또한 학습할 시간도 같이 소멸된다. 그렇게 많은 인기를 얻는 연예인이 충전할 시간도 없이 자신을 동굴에 몰아넣는다. BTS의 휴가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소중한 이유다. 물론 한 때는 겹치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전력질주로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인생이란 마라톤처럼 달려야 한다.

걸어가면 어떠리오

 

인기에 취하면 좌절하기 마련이다. 세상에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다. 언제나 연극이 끝난 후를 생각해야 한다. 한 숨 돌려도 좋다. 주연이 아니어도 좋다. 더불어 같이 가도 좋다. 인기에 자신을 잊지 않는다면,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지금의 부귀를 당연히 여기지 말라. 감사해야 한다. 또한 극한의 빈곤이 아니라면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 출연기회를, 주변인을 소중히 여겨라. 그러면 된다.

 

특히, 10대나 20대 젊은 연예인이 꼭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연습생 시절을 추억이 아니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면 지금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 연습생 시절을 생각한다면 못 배울 것이 뭐 있겠는가. 유재석만큼은 아니더라도 知己하고, 지족知足하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설리가 아파 이 글을 쓴다.